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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택배기사들이 과로사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도마에 올랐었죠.

그 결과, 지난달부터 택배기사들의 휴식권과 휴식공간 보장, 6년 계약갱신청구권과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내용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행된 이 법도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욕설입니다.

많은 택배기사가 고객에게 심한 욕설을 듣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간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온 제보를 하나 소개합니다.


■ "XXXX야" 50초 넘게 이어진 욕설

지난해 9월부터 택배 업무를 시작한 20살 A 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고객이 다짜고짜 전화해, 마구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겁니다. A 씨는 1년 가까이 택배 업무를 하면서 욕설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심했던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 일이 있었던 건 지난 11일 오전 9시 쯤입니다. 해당 고객은 A 씨가 전날 저녁 배송한 물건을 문제 삼았다고 합니다. A 씨가 파손된 물품을 밤에 슬며시 배송하고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통화 내용을 옮겨 봅니다.

[욕설 녹취록]

고객 : 그냥 해놓고 가? 이 XXX야.

택배기사 : 어디신데 그렇게 욕을 하시냐고요.
고객 : 경기도 광주 □ □ ○○○다 이 XXX야

택배기사 : 선생님 다 녹음 중이니까...
고객 : 녹음해 XXXX야. 택배가 터져가지고 XXX야 밤에 슬며시 가져다 두고 가? XXX야

택배기사 : 밤에 슬며시 가져다 두고 간 적 없고요.
고객 : 근데 왜 밤에 늦게 와가지고, 아침에 그걸 봐 XXX야. 내가 8시가 넘어서 들어왔는데

택배기사 : 저희는 8시 전에 일이 끝났고요.
고객 : XXX야. 택배가 그렇게 터져가지고 XXX야 박스로 감아가지고 아이스박스가 터진 걸 이 XXX야. 이XXXX야. 니가 거기서 돈 벌어 쳐먹는 거 아냐 XXX야

택배기사 :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고객 : 그래 이 XXX야


통화 내내 고객의 욕설이 들립니다.

택배기사 A 씨는 "지점이 아니라 본사 센터에서 물품이 파손돼 오면, 박스 하나를 덧댄다. 이번 물품도 그런 경우였다."라며 "고객은 밤사이 몰래 두고 갔다고 하는데, 물품은 저녁 6시 55분쯤 배송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칙대로라면 고객님에게 전화 드려서 박스가 이렇게 왔는데 반송할지를 여쭤봤어야 했다. 물량이 워낙 많이 그렇게 하진 못했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규정상 박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어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몰랐다. 자초지종도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하소연했습니다.

A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무시를 당한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마치 짐꾼 부리듯 짐을 어디다 갖다 놓으라고 시키는 경우도 있고, 반말은 예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욕설이었고,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A 씨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택배기사 B 씨가 지난해 가을, 한 고객에게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B 씨가 지난해 10월 한 고객에게 받은 문자 캡처
B 씨는 "지난 추석 때 물품 하나를 잃어버려 배송을 못 한 적이 있다. 고객께 설명을 잘 드렸고 다시 배송하기로 했었다."라며 "그런데 상·하차 작업 중에 전화를 못 받았는데 욕설 문자가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욕설 문자를 받자마자 너무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렸다."라며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귀천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욕을 먹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싶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 "법적 대응은 꿈도 못 꿔요. 결국 내 손해니까요"

앞서 욕설을 들었다는 택배기사 A 씨는, 사실 가족 모두가 택배 일을 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택배기사인 A 씨의 아버지에게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했느냐고 묻자, 제대로 된 대응이나 법적 대응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법적 대응을 하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러면 배송이 밀리게 되고, 결국 택배기사의 금전적 손해로 이어진다."라며 "또, 고객이 본사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면 처벌받는 것처럼 택배기사에게도 비슷한 법이 생기면 좋겠다.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택배노조는 2017년 1월, 택배기사 10명 중 6명이 고객에게서 욕설을 듣는 등 '감정노동자로서 고통을 겪고 있다'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4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