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난민캠프서 만나…한국, 관대함 보여줄 시기”_우리는 어떤 앱으로 돈을 버나요_krvip

“정우성과 난민캠프서 만나…한국, 관대함 보여줄 시기”_카지노 해변 상어_krvip


유엔난민기구(UNHCR)의 켈리 클레멘츠 부대표가 4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 씨도 함께하며 난민 보호와 지원을 향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부터 난민 문제와 관련한 소신까지, KBS가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 유엔난민기구(UNHCR) 부대표가 한국을 찾은 이유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 세계 난민의 수는 1억 1천 4백만 명에 달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분쟁 등이 주요 원인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켈리 클레멘츠 부대표는 이런 난민들의 상황에 한국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4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다음 달 개최되는 제2차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한국이 의미있는 기여를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방한에는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의 일정도 있었는데,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우성 씨는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난민촌이라서, 처음 만났을 땐 각자 일하느라 정신없었다"며 "난민촌의 상황과 심각성을 설명해주시면서 (서로) 좀 알게 됐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클레멘츠 부대표는 "방글라데시에서 나의 경력을 시작했기 때문에 특별히 마음이 가는 곳"이라며 "로힝야족 난민캠프에서 만난 이들에게 연대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친선대사를 6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오랜 친구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한국은 난민을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본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을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권리를 보호해주겠다고 선언한 건데, 실제 난민 인정률은 지난해 기준 1.3%에 불과합니다.

이는 OECD 가입국 중 최저치로, 심사결정자 5천363명 중 74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5~2017년에는 아랍권 난민들의 심사 결과를 조작해 탈락시킨 사건이 밝혀져, 법무부에서 재심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탈북민을 받아들이고 있어서 난민을 더 받을 수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클레멘츠 부대표는 "모든 공동체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용 능력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 탈북민의 난민 지위와 강제 북송 우려에 대해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위협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망명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며 "그것이 난민법 일부이자 우리가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난민 보호에 '진심'인 클레멘츠 부대표와 정우성 친선대사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2019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19라는 큰 변화가 있었죠. 난민의 삶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클레멘츠 부대표 : 팬데믹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고, 난민들은 가장 취약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난민들은 높은 물가와 경제 위기, 교육 소외 등으로 고통받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난민들에게도 백신을 제공했고 이들을 보호했습니다. 이는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선 난민도 사회에 포함 시킬 필요가 있다는 확고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난민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클레멘츠 부대표 : 가장 큰 화두는 당연히 중동 지역의 분쟁과 불안정성입니다. 우리는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 등 주변 지역에서 정부의 (난민 수용) 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단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전쟁이 이어졌지만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600만 명의 난민 중 100만 명만이 다른 나라로 이동했고, 500만 명은 여전히 수단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점점 잃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받아들였던 이란과 파키스탄은 이제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이 견뎌온 위협을 고려하면 아주 절박한 상황입니다. 전쟁과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되지만,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해결책을 찾고 있고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의 난민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클레멘츠 부대표 : 한국의 난민 정책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단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이 난민 협약에 서명한 지 이제 30년이 됐습니다. 제도가 정착하려면 이행 단계가 있어야 하고, 한국의 난민 정책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코이카를 통한 개발지원 등 전문성 측면에서도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이런 흐름은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난민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훨씬 더 많은 관대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한국이 더욱 강력하고 더 큰 공여국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국엔 난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인식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클레멘츠 부대표 : '난민 문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난민을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난민은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불행한 전쟁의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쟁 때문에 난민이 된 사람들에 연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성 친선대사 : 유엔난민기구의 이름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지만, 정우성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또 지난해 인식조사를 보면 '난민에 동정심을 느낀다'고 답한 분들이 75% 정도였습니다. 이건 2021년보다 조금 높아진 수치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난민을 목격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난민을 아마 못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자꾸 부정적 인식이 난민이란 단어에 덧씌워지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유엔난민기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조금씩 알려가고 있습니다.

-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좋지 않은 댓글이나 반응도 많이 받으셨을 텐데, 해명하고 싶었던 것들도 있었나요?

정우성 친선대사 :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거잖아요. 어떤 분들은 난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계실 수도 있고 조건 없이 난민을 반대할 수도 있는데, 그게 다 옳고 그르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난민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해서 잘못된 인식이라고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친선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 사회에 난민들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과 분쟁의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계속해서 말하는 거죠.

- 부정적인 댓글에도 친선대사 활동을 계속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우성 친선대사 : 친선대사를 맡은 지 10년 차인데, 처음에는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보고 살짝 겁이 났어요.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 기구가 있는데도 나는 몰랐네' 했죠. 가볍게 해서는 안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고, 오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악영향을 걱정해주시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니까 어떤 활동이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소신이 있습니다.

- 현장에서 만난 난민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준다면요?

클레멘츠 부대표: 우크라이나에서 헬레나라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녀가 살던 집은 폭격으로 망가져, 남편과 함께 지하실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주러 찾아가자, 자신의 농장이나 과수원 대신 집 옆에 있던 온실을 수리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웃들에게 줄 토마토를 길러야 한다고요. 그녀는 자신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주변에 나눌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회복력이고 희망이자,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정우성 친선대사 : 난민촌에 모인 이들은 스스로 생산 활동을 해서 자기 가족을 부양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와 나누려고 하거든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난민 기구가 도와준다고 해서 기대려고 하지 않아요.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 거죠. 그분들의 최종 목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거든요. 여기에 잠깐 머물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더 이상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분들을 볼 때 인간의 강인함을 느낍니다.

- '한국이 왜 난민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클레멘츠 부대표 : 지금이 한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지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완벽한 순간입니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전쟁과 불평등 같은 위협이 많은 시기입니다. 한국의 관대함을 보여줄 기회이자, 필요성이 큰 때입니다.

정우성 친선대사 : 받아들이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질문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난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난민은 이미 우리 사회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난민 인정률이 아주 적을 뿐이죠. 난민을 더 받아들인다고 해서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만큼 난민을 마주칠 만한 상황이 되지 않을 거예요. 난민을 받아들이면 난민촌이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조용히 살아갈 수 있게 허가를 받고 어디에선가 일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세금 내면서 사실 거예요.